GAINAX 이야기 리뷰및뻘글


소재지 180 東京都武藏野市中町2-5-22
전화  0422-53-5568
팩스  0422-53-5565
설립  1984년 12월 25일



가이낙스를 만나다.

 

야마가 히로유키, 안노 히데아키, 오카다 토시오, 다케다 야스히로, 사다모토 요시유키등이 모여 이벤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것이 가이낙스 설립의 시초가 되었다. 1981년 오사카 지역의 아마추어 SF팬인 야마가 히로유키와 오카타 토시오.다케다 야스히로는 아마추어 SF이벤트 다이콘3를 개최하는데 이 대회의 오프닝 영상은 당시 대회 참가자들에게 신성한 충격이었다. 5분 남짓한 애니메이션에서 당시로서는 역동적인 동작과 놀라운 영상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 또 이들이 만든 오리지날 레진 킷트나 티셔츠도 판매하면서 다이콘3는 제법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 후에 오사카 모모타니에 SF전문점 제너럴 프로덕트를 개설, 자사에서 기획한 SF애니메이션 등의 캐릭터 상품이나 개러지 키트의 제작, 판매를 시작하여, SF전문점으로서 일본 최초로 성공을 거뒀다. (작화감독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피규어 제작 실력은 아직도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다이콘 대회 멤버가 주축이 된 다이콘필름은 수년 동안 애국전대 대일본, 돌아온 울트라맨, 쾌걸 노땡키, 야마타노오로치의 역습 등의 작품을 제작. 제너럴 프로덕트의 협조하에 일본 곳곳에서 상영 이벤트도 개최되었다. '왕립 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가이낙스의 창립 작품으로 워낙 유명하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반다이 비쥬얼을 찾아간 이 오타쿠 아마추어 애니메이션 집단은 극영화. 즉 독립영화의 자본 출자를 반다이 비쥬얼에 요청했지만 현실은 역시 냉혹한법! 비상업 독립영화에의 투자를 거부한 반다이 비쥬얼(당시 반다이는 완구 전문 업체였고 애니메이션 사업은 가이낙스의 왕립우주군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결국 화가난 야마가 히로유키 등이 대뜸 회사를 차려버린 것이 바로 이 가이낙스. 일본보다 해외에서 더욱 관심과 흥미를 가지는 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의 탄생치고는 참 싱거운 일이 아닌가 한다.(가이낙스 답게 설립일도 크리스마스이다.)


▲가이낙스 사장 야마가 히로유키의 사인.

도쿄도의 무사시노시라는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3층 건물이 바로 가이낙스의 본사. 언뜻 봐서는 바로 앞에서도 알아보기 어려운 평범한 본사 건물의 외양은 20년만에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업체로 우뚝 선 가이낙스에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만 사무실을 빼곡이 채운 가이낙스의 캐릭터와 상품들은 가이낙스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듯 하다.


▲ 빼곡한 사무실에서 작화 작업중인 스텝들의 모습. 일본에서는 아무리 거대 제작사라도 모든 작업을 처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무실은 그리 크지 않는편,.

▲ 가이낙스 본사앞에 세워져있는 저 P!가 새겨진 노란 오토바이(베스파). 프리크리의 팬이라면 오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사무실을 매우고 있는 오리지날 가이낙스 상품. 가이낙스의 성격으로 볼때 찾아간 기자나 편집자들에게 팔아 먹기 위한 용도는 아닐까?


▲ 현관에 전시된 가이낙스의 작품의 아이템들은 마치 작은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밑의 그림은 가이낙스의 수상 트로피와 상패. 그것을 장식하는 아스카의 오리지날 피규어!

▲가이낙스가 자랑하는 홍보 전문 요원. '피를 토하면서까지 계속하는 비장한 마라톤'과도 같은 인생을 계속하는 남자. 험난한 '오타쿠의 도'를 깨달은 사람 - 이라고 가이낙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가이낙스의 이사 겸 프로듀서. 사토 히로키.



가이낙스의 작품들



가이낙스가 제작한 작품들은 한마디로 그 시대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작품성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마디로 애니메이션 팬들의 생각을 그들에게 따라 맞춰가게 하는 서커스단의 맹수 조련사같은 기질이라고나 할까? 그 이유를 가이낙스의 사토 이사는 이렇게 밝힌다.

"아마추어 영화 모임에서 발전한 회사라는 점일까요? 일본의 회사 중에서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예는 가이낙스가 처음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작품을 만들때 머천다이징(상품화 계획)을 기본으로 검토하지만, 우리는 만들고 싶은 것을 먼저 만듭니다. '이런 장난감을 팔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상품화의 천재. 우려먹기의 달인 가이낙스의 사람이 한 말치고는 매우 흥미롭지만 아무튼 가이낙스는 쉽게 지나쳐 버릴 만한 작품들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작품이 호평을 받았거나 혹평에 시달렸을지라도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가이낙스의 행보를 되짚어보며 가이낙스라는 회사의 생각을 엿보도록 한다. 작품에 대한 리뷰나 감상은 이미 한국의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야기를 꺼내 볼 정도로 다들 너무나 유명하니 필자는 짤막한 제작 뒷이야기나 필자의 생각(물론 매우 주관적이다.)만 덧붙여 보도록 하겠다. 물론 읽고 난후 편협한 필자의 머리속에 파장을 그려줄만한 반론을 제기해주신다면 더욱 환영이다.

왕립 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1987년)

가이낙스의 기념비 적인 첫 작품이다. 현재 일본애니메이션계의 거장들이 되어버린 야마가 히로유키가 총 감독을 맡고, 작화에 안노 히데아키, 캐릭터에 사다모토 요시유키, 미술 디자인에 오구라 마사히로가 각각 실력을 발휘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여 가이낙스의 차기 작품들에 계속 영향을 미쳤고 특히 음악감독에 일본의 뉴에이지 아티스트 사카모토 류이치가 섭외된것도 눈길을 끈다. 인간은 왜 서로 부딪힐수 밖에 없는가? 왜 완전한 이해를 할 수 없는가? 그럼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등의 가이낙스 작품들의 공통 분모가 되고 있는 이러한 의문들의 시작도 바로 이 왕립우주군 부터 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흥행은 어떠했을까? 안타깝게도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는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흥행에는 참패를 맛 보았다. 그 이유를 가이낙스는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86년에 공개 되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귀여운 여주인공이 나오지 않는 애니메이션은 인기가 없어요.(웃음) 소비자들은 우리 작품에서도 그런 것을 바랬던 것 같은데 결국 히로인이 없어서 '이게 뭐야!'라는 반을을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때 일부 애니메이션 팬들은 '새로운 작품이다. 앞으로의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이 왕립우주군이 5년후에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 같은 작품에 모티브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어쨌든 저희들의 예상에 비해 흥행은 저조했고 저희는 매우 실망했습니다."

과연 오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가이낙스에서 내린 결론 답다. 물론 왕립우주군의 작품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만큼 뛰어난것이 사실이고 (아이러니 하게도 가이낙스의 작품들 중에서도 평단으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왕립우주군, 탑을 노려라 등의 초기작들이다.) 가이낙스는 왕립우주군의 실패로 시장의 경향을 뼈저리게 파악하게 된다.

탑을 노려라! 건 버스터 (1989년)

그럼 가이낙스의 새로운 결정은 무엇일까? 과연 대중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철저하게 대중의 습성을 꿰뚫어주마!라고 안노 히데아키는 속으로 그렇게 앙심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왕립우주군 이후부터 가이낙스의 코드는 미소녀와 패러디라는 공식에 맟춰지게 된다.

위기의 가이낙스를 회생시킨 다음 작품은 바로 명작 로봇물 탑을 노려라! 건 버스터. 탑을 노려라!는 가이낙스 자신들에게도 해당되는 말로써 총 6화의 OVA로 구성되어 있다.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이 탑을 노려라!는 열혈 소년물과 용자물, 로맨스가 교묘히 믹스되어 있고 특히 주인공 노리꼬는 일반적인 로봇물의 주인공인 소년을 대신하여 근성과 사랑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새로운 미소녀 주인공 타입을 완성시켜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충분한 고증을 거친 세계관과 구석구석 숨겨놓은 오타쿠들을 위한 고전 근성 스포츠물에 대한 냉소적 패러디는 가이낙스의 앞으로의 작품들의 전망을 어느정도 가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OVA 마지막은 깜짝스럽게 흑백화면으로 시작되어 보던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탑을 노려라! 5,6편은 일본의 소극장에서 극장 공개가 된 에피소드 들이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가이낙스는 앞으로도 계속 극장판에 대한 미련을 가지게 된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년)

국영방송 NHK와 합작하여 제작한 가이낙스의 최초의 TVA이다. 총 39화로 제작이 되었으며 감독은 왕립우주군의 조감독이었던 히구치 신지. 일관적인 스토리와 원작 쥴베른의 소설을 재구성한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한국에서도 1992년 MBC 방송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지만 그 제작의 뒷면에는 안좋은 추억이 있다. 그 당시에도 '신예 애니메이션 초짜'등이었던 가이낙스의 스텝들과 고전명작, 탄탄대로의 건전 노선을 추구하던 NHK 엔터프라이즈의 갈등은 나디아가 진행될수록 극에 달했으며 이는 결국 제작 스케쥴 파탄, 잦은 스텝 교체, 외주 실패, 분열된 기획의도 등의 많은 오점을 남겼다.

예를 들면 나디아와 쟝의 무인도 생활같은 경우는 뜬금없이 코믹물의 분위기로 급변하여 (23화에서 29화) 달라진 스텝진들의 작화부터 나디아의 처음과 끝을 완전히 갈라버리는 이질적인 에피소드가 되었고 아무런 기척없이 나타난 고대 아틸란티스 유적들이라던가 '배는 무기가 아니다' 라며 평화적인 노선을 추구하던 네모선장이 저 무인도 이야기 이후 '초 도급 행성간 항행용 아광속 우주전함이자 제4세대형 초광속 항성간 항행용 초 도급 만능 우주전함' 인 뉴노틸러스호를 찾아낸것을 가고일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열이 받친 안노 히데아키는 NHK의 요구조건인 '세계 명작 만화'식의 교훈적 내용과 이미 확립된 소년 만화의 흥행 기호를 철저하게 수용하면서, 너무나 가이낙스 답게 그 모든것을 비비꼬아 버린다. 이게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와 마츠모토 레이지의 고전을 음험할정도로 패러디한 엽기 패러디 작품 나디아의 탄생 배경이다. (나디아 이후 안노 히데아키는 언제나 미야자키 하야오나 기타 애니메이션 거장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자격 지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에 시달려 왔다.)

▲ 여승무원 엘렉트라. 엘렉트라라는 이름은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에 나오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에서 유래되었다. 아버지를 성욕구의 1차적 선행 대상으로 삼으며 라이벌인 어머니를 같은 여자로써 증오하는 것. 나디아를 질투하며 네모선장의 사랑을 받고 싶어했던 그녀의 모습과 어울린다. 이후 콤플렉스 덩어리들인 에반게리온에서도 아카기 리츠코는 엘렉트라 콤플렉스, 이카리 신지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여준다. 참고로 '네모' 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의미.

▲ 작품의 논란과는 별개로 나디아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실력은 애니메이션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디아의 흥행은 사다모토의 개성넘치고 살아있는듯한 캐릭터 작업이 크게 한 몫을 하였다.

결국 이렇게 불 완전 연소시켜버린 가이낙스의 열정(?)은 에반게리온에서 큰 빛을 보게 되지만 그래도 나디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이낙스의 오타쿠의 비디오라는 작품에도 나오는 아니메쥬(8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잡지)의 캐릭터 인기코너에서 '여왕' 나우시카의 끝날것 같지 않던 1위행진을 나디아가 마감 시켜버렸으니 안노 히데아키도 나름대로 숙원(?)을 풀었다고 볼수 있지 않을까?

프린세스 메이커 (1991년)

이전까지 육성 시뮬레이션이라 하면 동물이나 로봇같은 귀여운 생물이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위기의 가이낙스는 좀 더 참신한 발상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딸을 키우자!!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컨셉의 프린세스 메이커의 출시다. 특이하게 슈퍼패미콤이라는 국민 머신의 플랫폼이 아닌 당시 일본에서 한창 주목을 받던 퍼스콤(pc)용으로 먼저 출시를 하게 되는데 이것또한 기존의 게임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을 게임에 빠져 들수 있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 시스템.

무엇보다 남자들의 어릴적에 해보던 상상. 아빠 놀이를 현실 가능하게 만든 이 세계관 ( 하지만 친딸이라는 설정은 아니다. 아무리 막나가는 가이낙스라도 차마 친딸이라고는 하기 어려웠던 모양)으로도 프린세스 메이커는 충분히 인기를 끌만 했다. 가르치는 교육에 따라서 다양한 패러미터를 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다채로운 엔딩이 기다리는 이 방식은 후에 있는 도키메키 메모리얼(우려먹기 마저도 똑같이 배워먹은)을 제작한 코나미 등에게도 많은 힌트가 된다. 엔딩과 이벤트 무사수행이라는 RPG적 요소마저 보강된 프린세스 메이커2가 2년 후메 발매되게 되고 이 프메 시리즈의 히트 덕분에 언제나 자금난에 허덕이던 가이낙스는 이제 혼자 자생할 만한 경쟁력을 지니게 된다.

▲ 프린세스 메이커 3의 모습. 1998년에 발매된 꿈꾸는 요정은 나태해진 가이낵스 게임 제작팀의 혁혁한 성과로 기존의 팬들에게 외면받을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대두 딸내미와 낮아진 난이도는 둘째치고 무사수행의 삭제와 더욱 썰렁해진 아르바이트로 오또상들의 분노를 샀던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 (1995년)

가이낙스를 대표하는 1990년대 최고의 화제작. 신세기 에반게리온. 통칭 에바라고 불리우는 이 일련의 TVA와 극장판은 여러가지 의미로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일단 에바의 특징이라면 지금까지의 로봇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에바의 디자인은 기존의 육중하면서도 첨단 장비로 무장한 건담이라던가 상대방을 압도 할 것 같은 중압감을 풍기는 슈퍼로봇들과도 명백한 차이가 있다.

우선 99.8%의 유전자 일치를 나타내는 '인간'을 모티브로 계획한 로봇이라 기존의 메카들과는 달리 움직임이 매우 동적이다. 제 1사도 사키엘과의 결전에서 보여준 초호기의 동물적 움직임은 새로운 메카물에 목말라하던 오타쿠들의 탄성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더구나 전방위 모니터와 신경펄스와의 직접 싱크로에 의한 엔트리프러그 조종 시스템이라니! 에바의 가장 큰 주제인 타인과 나의 교류는 소년 소녀와 메카닉의 교감이라는 기본적 명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로 제2사도 샴시엘의 코어를 부수기 위해 에바의 조종간을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밀어 올리던 신지의 모습은 뭐냔 말이다. 모든 조종은 파일럿의 생각대로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었나?)

▲ 에바의 초기 설정 자료 들. 미끈하고 어딘가 만들다 만듯한 에반게리온의 디자인은 매우 신선했다. 케이지 내에서의 다양한 케이블이나 에바를 둘러싼 각종 구속구들은 사도 신경에서의 인간이 짊어진 원죄를 상징한다고 한다. (물론 나중의 끼워맞추기 식인 해석이겠지만) 메칸더 V나 울트라 맨 에서 이미 본 것 같은 케이블이 단절된 후 활동시간 5분 제약! 같은 설정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이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지만 에바가 패러디한 로봇 폭주의 원조! 전설거신 이데온의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는 안노 히데아키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에바가 가지는 애니메이션계의 의미로는 그 동안 잡지나 개인 정보에만 의존해오던 폐쇄적인 애니메이션 시장의 커뮤니티가 이젠 온라인으로 대중에게 퍼져 나갔다는 점이다. 특히 엄청난 논란에 휩싸인 TV 최종화와 극장판들이 공개되고 난 직후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인터넷에 발언들이 넘치게 되었고 이것은 에바를 모르던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심야 애니메이션 방송의 재조명을 들 수 있다. 에바 이후로 타 방송국도 이 움직임을 따라 하게 되었는데 본 방송이었던 저녁 시간대보다 극장판 개봉 직전인 1997년 2월부터 집중 재방송한 TV도쿄의 높은 시청율로 본격 성인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인 새벽2시가 골든타임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그밖에도 막강한 경제 효과를 파생한 모에 시장의 개척이라던가, 라이트 노벨이나 차후 애니메이션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세카이계'. 즉 에바스러운 작품군들의 시작이 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아무튼 에바는 운이 참 좋은 작품이다. 1990년대 일본의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안노 히데아키와 가이낙스의 대충대충 만든 에바의 설정과 세계관도 알아서 팬들이 의미를 부여해주면서 그럴듯한 신학과 심리학과 지하 비밀조직으로 변해버렸으며 보다 보다 욕이 터져 나오는 사이코 심리 드라마 마저(안노 히데아키가 방영 스케쥴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자주 그 전의 에바 셀을 가져다 영상으로 편집했는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기 위한 신지의 몸부림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 지금도 일본 어디에선가 만들어 지고 있을 에바 관련 상품 들. 심지어 농담으로 인류 보완계획으로 모든 인류가 하나로 변한 것은 LCL용액이 아닌 황금이라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에바의 예상외의 히트가 가져다준 부와 명성은 가이낙스가 가장 발전해나가아 할시기에 그들을 단순히 돈만 버는 사업가로 만들어 버렸다.

아무튼 에바의 성공이후로 더 이상의 실패도 어려움도 없이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가이낙스 였지만 조금씩 서서히 가이낙스는 시장에서 쓴맛을 보기 시작하는데...

그와 그녀의 사정 (1998년)

에바이후 오랜만에 나온 가이낙스의 작품이자 안노 히데아키 최초의 학원물(최후의 학원물이기도 하지만)인 그와 그녀의 사정. 인기리에 하나토 유메에서 연재중이던 츠다 마사미의 원작을 바탕으로 TVA로 재구성 하였다. SF도 음모 세력도 안나오는 평범한 순정 연애물인가 싶었지만 안노 히데아키는 여기서도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였다. 예를 들면 만화책을 직접 스캔해서 그것으로 영상을 대체한다던가 화면의 여백에 수많은 텔롭(떠다니는 글자)을 띄운다던가 똑같은 컷을 다른 성우의 연기로 다시 쓴다던가( 한마디로 모두 비용절감 효과를 노린것. 그 만큼 벌고서도 가이낙스의 수전노 정신은 놀라울 뿐이다.) 하는 애니와 원작을 넘나드는 신선한 기획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요즘 스쿨럼블 같은 학원물까지 그와 그녀의 사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쓸만한 기법인가 보다.

줄거리는 허영과 내숭으로 뭉친 유키노와 트라우마 덩어리 아리마가 만들어가는 요절 복통 코믹 로맨스. 인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안노 히데아키 식으로 접근한 또 하나의 소년,소녀 싸이코 심리 분석물. 츠다 마사미의 원작 자체가 연장을 결정한후 심하게 늘어지면서 초반의 인기를 많이 잃어버린 탓도 있겠지만 안노 히데아키 역시 최초로 도전한 학원물 카레카노에서 평단의 쓴소리를 실컷 들었다.

(그래도 그 당시 가이낙스와 안노라는 네임밸류 덕분에 시청율은 보통 이상이었다.) 작품 초반의 즐겁고도 유쾌한 분위기와 작품 후반의 우울하고 심각한 자아 고민이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안노 감독이 항상 전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교감에 관한 주제가 억지로 순정물에 삽입되어서 이질감만 불러 일으켰다는 냉혹한 평가가 줄을 이었다.

▲ 안노 감독은 그와 그녀의 사정 이후로 애니메이션계에서 '철수'를 선언한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천부적 연출능력에 비해 스스로는 항상 실사영화의 감독으로 돌아가기를 추구했던 모순적인 천재 안노 히데아키. (에바 극장판의 실사 합성부터 안노는 실사영화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사 큐티하니 마저 흥행에 참패하면서 안노는 그렇게 오만했던 실패자로 역사속에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속에 마침내 에바 극장판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프리크리 (2000년)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가이낙스의 새 작품 프리크리. 프리크리란 뜻은 제작자인 츠루마키 타츠야 감독마저 장난스럽게 만든 타이틀. 이 의미없는 제목에 걸맞게 정말로 가이낙스 스러운 의미없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 되어 버렸다. 감독인 츠루마키 카즈야는 안노 히데아키의 오른팔 격이었던 존재이다. 66년 니이가타 현 출신의 에니메이터로써 안노와 함께 대다수의 작품에 그의 손이 거쳐갔다.(심지어 곤조의 첫 작품 청의 6호에도 참여할 정도의 실력파). 각본은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S, 소녀혁명 우테나등의 시리즈 구성을 담당한 천재 각본가 에노키도 요우지가 맡았다. 특이할 점은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는 이 프리크리의 디자인에 맞추어서 상당히 펑키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그림체로 바뀌게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배경을 담당한 오구라 히로마사를 비롯한 스텝진들이 얼마나 작화에 노력을 들였는지 음악과 영상미는 기존의 가이낙스 작품과는 비교하는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가이낙스는 오랜만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한 느낌이지만 이 설정 불명, 장르 미상, 메세지 해독 불가의 괴작이 되버린 프리크리는 The Pillows 의 6편짜리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될만큼 음악과 영상과 작품에서 풍기는 세기말을 헤집고 나온 어수선한 분위기만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그런 OVA가 되어 버렸다. 소년이지만 어른스럽게 행동하려는 나오타와 그 나오타의 머릿속에서 온갖 물건을 끄집어 내서 쓰는 우주인 하루코씨 (심지어 로봇마저 꺼내어쓰는 설정은 황당하다는 생각 뿐이다.) 담배를 멋지게 피워무는 맛이 가버린 여고생 마미미는 지금까지의 가이낵스 주인공들이 민망할 정도로 파악하기 힘든 캐릭터이다. 가이낙스 특유의 약한 소년과 미사토씨 같은 어른스러운 여성을 배치한 것은 가이낙스다운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여전히 안정적인 확율로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TVA 대신 그들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그려낼 수 있는 OVA 장르로 출시한것을 보면 그래도 가이낙스는 그들의 창작물에 관한 자존심만은 아직도 일본 제일이 틀림없다.

마호로매틱 (2001년)

가이낙스마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메이드물을 만든다는것에 수많은 가이낙스 팬들을 울분에 떨게 만들었던 작품 마호로 매틱. '이 추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이 분은 나의 주인님' 으로 이어지는 가이낙스표 미소녀물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본격적인 B급 애니의 제작을 표방한 가이낙스의 의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언제나 타성에 젖은 애니메이션 팬들을 조롱하던 안노 히데아키가 가이낙스에 남아있었다면 과연 이 작품은 나올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접어두고 그 시대에 범람했던 수많은 메이드물 중에서도 가장 오타쿠스러운 메이드 물이 되었다. 감독은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로 이름을 떨친 야마가 히로유키가 맡게 되었고 각본은 신 천지무용과 로스트 유니버스 등의 각본을 써낸 우에타케 스미오가 참여했다.

로봇 안드로이드에 1년이라는 활동 정지 시한, 혼자사는 소극적인 남자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미소녀의 육탄 공세라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당시 잘 나가던 설정은 모두 한곳에 집어넣고 국자로 휘휘 저어 만든 그런 느낌이다. 다른건 접어두고 작품으로 한정하면 분명 수준이상의 퀄리티였고 안정적인 시청율에 힘입어 2기도 제작이 되었지만 그때까지 가이낙스를 지지하던 골수 분자들은 이 작품을 계기로 대부분 가이낙스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마호로는 정신 분열증도 복제품도 존재하지 않는 멀쩡한 로봇이었고 스구르는 수많은 할렘물의 주인공과 다른 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것이라면 가이낙스가 아닌 어떤 제작사라도 능히 만들어 낼수 있는 것들이지 않는가?

탑을 노려라! 다이버스터 (2004년)


오랜만에 등장한 가이낙스의 OVA. 탑을 노려라! 건버스터의 시리즈라고 하기에는 다이버스터가 단독작으로 평가될만한 요소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기존의 건 버스터 팬들을 위한 시퀄이나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가이낙스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가이낙스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모두 참여한 작품이다. 안노 히데아키는 기획 감수를 맡았으며 프리크리의 스텝들도 대거 참여 하였다. 전 시리즈와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주인공들의 연관성은 없지만 건버스터의 세계관이나 노력과 근성이라는 작품의 코드만은 일치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신의 감동은 전작의 팬이라면 모두 감동의 찬사를 던질 만큼의 퀄리티였다. 변화된 작화와 메카닉 디자인은 팬들의 취향에 맡겨두고 요 근래에 나왔던 가이낙스의 작품중에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역시 건버스터와 가이낙스를 위한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만족할 만한 흥행을 거두지 못한채 DVD 출시와 일본 애니메이션 위성 방송 채널인 AT - X를 통해 선행방송으로 전파를 타게 되었다.



에반게리온 극장판과 가이낙스




가이낙스의 어려운 사정 속에서 지난해 뉴타입 10월호에 단독 공개된 충격적인 발표는 바로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극장판의 제작 소식이었다. 에반게리온의 탄생 10주년 런칭쇼 치고는 너무 거창한 루머가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곧 사실로 밝혀져서 기존의 에바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는데 그 스케일 또한 만만치 않다. 돌아온 천재 안노 히데아키가 총감독. 쯔루마키 카즈야가 조감독.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캐릭터 감수,『전편』, 『중편』, 『후편』, 『최종화』로 이어지는 총 4개의 시리즈라는 입 벌어지는 라인업으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에반게리온. Remake 가 아닌 Rebuild 라는 선전과 "『에바』로부터 시작된 하나의 시대에 막을 내리겠다는 것이, 우리들 제작자의 마음가짐이기도 합니다."라는 가이낙스의 포부를 보아도 그들이 이번 극장판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2007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전편의 오프닝은 에바시리즈에서도 가장 인기 있었던 제 4사도와의 결전 '야시마 작전'을 새로이 구성하였는데 그것의 책임자가 2006년 일본 최대의 흥행작 '일본침몰'의 감독인 히구치 신지라는 점만으로도 에바의 새로운 극장판은 이미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태풍의 눈으로 자리잡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과연 위기의 가이낙스를 에바 극장판은 멋지게 구원해 낼 수 있을 것인가? 10년이나 지난 잊혀진 명작을 다시 무덤에서 끄집어낸것은 가이낙스의 돌이킬수 없는 실수가 될지도 모르고 투탕카멘의 저주처럼 가이낙스는 더이상 회생하지 못할수도 있다. 반면 경제효과만 1000억엔 이상이라는 에바의 파생효과에 새로운 역사의 한줄이 덧 붙여 지게 된다면 침체기 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다시금 '에바 폭풍'이 불어 닥칠지 그 누구도 장담은 할 수 없다.

가이낙스. 이 오만방자한 오타쿠 집단은 토에이와 지브리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성공신화로 남아있을 만한 자격은 지금까지의 작품으만으로도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의 신세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가이낙스의 보완계획은 다시 우리들의 마음속 AT 필드를 깨 부줘 줄것을 아직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가이낙스이기 때문이다.



덧글

  • 유월 2008/01/02 12:38 # 답글

    잘 읽었습니다. ^ ^
  • 이루릴 2008/01/02 13:46 # 답글

    //유월님 쓴지 좀 된글을 옮겨온것이라 안맞는게 많아요. 감사합니다 ㅎㅎ
  • 월광토끼 2008/01/02 14:02 # 답글

    응? 그렌라간은...? 어디에? 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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